게임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르면 리소스를 뽑아내는 초,중반단계와 달리
애니메이팅 업무보다 '게임개발'업무에 치중하게 된다.
하루 이틀 생각한 게 아니지만 점점 애니메이터보다
게임개발자에 가까이 간다는 생각이 들고
결국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게임회사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터이기 이전에 게임개발자이고 또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나는 애니메이터니까 이런일을 안해. 애니메이션만 할꺼야'
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애니메이션 회사에 가야지
게임회사에서는 자기만족을 하기 힘들고 회사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다.
(심지어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한다)
요즘같이 점점 애니메이션을 외주로 돌리기 시작하는 시대에는 더더욱.
게임회사에서의 애니메이터는
다른 아트직군보다 프로그램팀과 기획팀과 가장 밀접히 맞닿아있고 많은부분이 연결되어 있다
내가 모션 하나를 만드는 시간보다
그 모션을 게임에 적용하고 잘 돌아가는가, 그리고 그 모션에 붙이는 이펙트 타이밍은 어떠하며 다른 모션과 이펙트를 공유하기 위해서 이펙트 터지는 타이밍을 서로 맞춰야하고 그 모션에 필요한 다른 아이템 메쉬(손에 부채가 붙는다던가)를 익스포트해서 아이템 메쉬가 캐릭터 메쉬의 적당한 부분에 잘 달라붙는지를 점검해야 하며 혹 게임에서 투명값을 먹는 캐릭터라면 그 값을 설정하여 게임에 잘 돌아가는지도 봐야하고, 애니메이션 키값을 공유하는 다른 바리에이션 캐릭터에 모션값을 집어넣고 서버에 등록하고 등등등등
↑마구 적어보았지만 빙산의 일각.
키 프레임 애니메이팅 외에 한없이 많은 다른 일들이 있고
이 일은 게임회사에서는 애니메이터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기획자가 할 일도 프로그래머가 할 일도 아니고 복식 세팅을 위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이 할 일도 아니다.
익스포트 과정에서 필요한 HTML 스크립트 비슷한 파일들을 만들때
어지러운 영어와 숫자들의 나열을 눈을 찌뿌리고 바라보며
내가 애니메이터가 맞는지 생각한게... 벌써 2004년부터이니 얼마나 된거야;
그래도 2004년 요구르팅 개발 당시에는 애니메이팅만 주로 해서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래픽 리소스만 제공하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불만을
그래픽팀 사람들과 나누었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인 것을 팍팍 느끼고
내가 구성해나가는 세계라는걸 실감하지만
애니메이터가 애니메이팅 작업을 많이 못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니
이거야 말로 모순이 아니고 뭔가 =ㅅ=
그래도 내가 만든 모션이 게임속에서
유저의 손끝을 통해 틀어지니
스크린에서 보이는 것을 팔짱끼고 바라만 보게 되는
애니메이션 영화랑은 또 다른 기쁨이 있었는데
게임회사 애니메이터는 항상 애니메이터로서의 불타는 예술혼은
어느정도 접어두어야 하는것 같다
(애니메이션의 예술성을 잣대로
게임 애니메이팅을 평가해서는 안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게임개발사 입장에서 보면 애니메이션 소스는 외주로 해서 받고
애니메이션 파트에 속해있는 사람들은
그보다 2배정도 더 많은 다른 중요한 게임개발 업무에 착수하는게
더 효율적인지라
점점 많은 팀들이 중국의 우수하고 싼 인력들을 활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게임업계에서 살아남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혹은 애니메이션 고유업무보다 게임개발이 더 재미있어서
(비슷한 비율로 재미있고 일의 분량도 비슷하면 그게 제일 좋겠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애니메이션만 하는 애니메이터는 이미 아닌거다)
혹은 아직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그래도 개발업무보다는 많이 할수 있어서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오늘도 열심히 개발에 임하고 있다...만.
나는 요즘 고민된다
게임개발자로서 즐겁게 게임을 만들고 성공하는것을 지켜보는 쪽이 더 행복한지
애니메이터로서 캐릭터를 움직여가는 작업이 더 행복한지.
직업으로서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 게임개발자로서의 애니메이터를 택한다면 예술이 어쩌고 하지 말고
닥치고 개발이나 할 일이다
p.s 요즘은 공부가 제일 재미있다 -ㅅ-
일에 쫒겨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해서 그래서 더 감질나게 느껴지는건지 모르겠지만
'애니메이터' 가 되고싶었던 어릴적의 열망의 1/2정도의 열망으로
(그때 그만큼의 열정은 남은 평생 다시는 못 가짐.
필요이상으로 들뜨고 쓸데없이 불타오르던 멋 모르던 열망-ㅅ- 청춘슈트의 일종)
게임을 연구하고 이론적으로 접근해나가보고 싶다
긍데 야근하거나 격무에 시달리며 간신히 일을 마쳐놓고 대학원 출석 겨우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일도 못하고 (남편이 다 함) 바로 쓰러져 자는 이런 생활을 계속해서야 어디 뭐가 되겠냐고.